영미 씨(가명)는 딸의 상견례 날짜가 잡히고 나서부터, 남편과 부쩍 자주 부딪혔다. 처음엔 사소한 것들이었다. 상견례 자리에서 무슨 선물을 준비할지, 식사는 어디서 할지 같은 것들. 그런데 이야기가 예단과 혼수 쪽으로 넘어가면서, 두 사람의 온도차가 그제야 확연히 드러났다. 영미 씨는 딸이 시댁에서 조금이라도 흠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예단을 넉넉히 준비하고 싶었다. 반면 남편은 "요즘 세상에 그런 거 다 형식일 뿐이다, 실속 있게 하자"는 입장이었다. 딸의 결혼을 앞두고 정작 부부 사이에서 먼저 갈등이 시작된 셈이었다. 결혼 준비란 것이 원래 이렇게 부부 사이까지 흔드는 일인 줄은 몰랐다. 딸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일이 어느새 부부 싸움의 씨앗이 되어 있었다.
"당신은 딸 시집살이시키고 싶어?" 영미 씨가 이렇게 쏘아붙이면, 남편은 "누가 형식만 차리면 애 대접 잘 받는대?" 하고 맞받았다. 둘 다 딸을 위하는 마음은 같았는데,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이렇게까지 다를 줄은 몰랐다. 매번 대화가 이런 식으로 끝나다 보니, 저녁 식탁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딸의 결혼이 기쁜 소식이어야 하는데, 어느새 집안 공기를 무겁게 만드는 원인이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벌써 삼십 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부부였지만, 이런 종류의 부딪힘은 처음이었다. 여느 부부싸움처럼 며칠 지나면 풀리는 것도 아니었다. 딸의 결혼 준비가 진행되는 내내, 비슷한 대화가 반복해서 오갔다. 영미 씨는 자신이 시집올 때 예단이 부족해 시어머니께 은근히 무시당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 오래된 서러움이, 딸만큼은 그렇게 안 되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사돈어른들 앞에서 혹시라도 흠 잡힐까, 뒤에서 며느리를 흉볼까 하는 걱정이 마음 한구석에 늘 있었다. 그건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자, 동시에 오래된 자신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반면 남편은 자신의 누나가 혼수 때문에 시댁과 크게 갈등을 겪고, 그 앙금이 결혼 후에도 오래 남아 힘들어하는 걸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리하게 형식을 차리는 것 자체가 화근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두 사람 다 자기 나름의 이유가 분명 있었지만, 정작 서로에게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한 적은 없었다. 그냥 "예단은 넉넉히"와 "실속 있게"라는 결론만 주고받으며 부딪혔을 뿐이었다. 요즘 결혼 준비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혼인 관련 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한다. 특히 자녀 세대보다 오히려 부모 세대가 이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영미 씨는 그 통계를 보면서 문득, 자신들의 다툼이 유별난 게 아니라 요즘 많은 부모들이 겪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예단이나 혼수 같은 형식을 아예 없애고 실속만 챙기는 집도 늘었다지만, 막상 자기 일이 되니 이론과 현실은 또 달랐다.
어느 날 저녁, 딸이 잠깐 집에 들렀다가 부모의 냉랭한 분위기를 눈치챘다. "엄마 아빠, 무슨 일 있어?" 딸의 질문에 영미 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딸의 결혼을 앞두고 정작 딸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딸의 눈에도 부모의 다툼이 보일 정도였으니, 두 사람이 얼마나 여러 번 부딪혔는지 짐작할 만했다. 영미 씨는 딸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 애써 웃어 보였지만, 마음속은 복잡했다. 그날 밤, 영미 씨는 남편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오래된 서러움을 이야기했다. "나 그때 예단 때문에 시어머니한테 두고두고 싫은 소리 들었잖아. 우리 딸은 그런 일 안 겪었으면 해서 그랬어." 남편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는 한참을 가만히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네. 나는 그냥 누나 생각만 하고 걱정했던 거야." 부부로 삼십 년 가까이 살면서도 서로의 그런 속사정까지는 미처 몰랐다는 사실이, 어쩌면 더 놀라웠다. 겉으로 보이는 의견만 주고받았지, 그 의견이 어디서 왔는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서로의 진짜 마음을 알고 나니, 신기하게도 예단 액수를 두고 싸우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결국 두 사람은 딸과 사돈 될 집안의 상황을 함께 알아보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정성을 담기로 절충했다. 완벽한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서로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이해하게 되었다. 결혼을 앞둔 딸에게도 그날의 대화를 굳이 자세히 전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날 이후로 부부는 사돈댁과의 연락이나 준비 과정에서 서로에게 먼저 의견을 묻는 습관이 하나 생겼다. 예전 같으면 각자 결론부터 던졌을 텐데, 이제는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한 번씩 물어보게 된 것이다. 영미 씨는 그 밤 이후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자녀의 결혼 준비는 결국 부모 두 사람이 각자 살아온 세월과 상처, 가치관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것. 그러니 자녀 일로 부부가 부딪힐 때는, 겉으로 드러난 의견 차이보다 그 뒤에 숨은 각자의 사연을 먼저 들어보는 것이 순서라는 것을 말이다. 사실 자녀를 결혼시키는 부모의 마음이란 게 그런 것 같다. 겉으로는 예단이니 혼수니 형식을 두고 다투는 것 같아도, 그 속에는 저마다 다른 인생의 경험과 상처, 바람이 뒤섞여 있다. 그러니 자녀의 결혼 준비 앞에서 부부가 부딪힌다면, 서로를 탓하기 전에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한 번 물어보는 것이 먼저일지 모른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녀 결혼 준비 과정에서 부모 부부가 갈등을 겪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단, 혼수, 상견례 등을 준비하며 각자 살아온 경험과 오래된 상처가 서로 다른 의견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Q. 예단·혼수 문제로 다투는 부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각자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배경을 먼저 이야기하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서로의 입장을 절충하는 대화가 도움이 됩니다.
Q. 요즘 결혼 준비 비용 부담은 부모 세대에게 어떤가요?
조사에 따르면 혼인 관련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가 크며, 자녀 세대보다 부모 세대가 이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가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전문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가족 갈등이 오래 이어지는 경우에는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면책사항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