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이란 무엇일까, 이혼·별거와 무엇이 다른가?

 


요즘 중년 부부 사이에서 '졸혼(卒婚)'이라는 말이 부쩍 자주 들립니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소재로 다뤄지고, 주변에서도 하나둘 이야기가 나옵니다.

'결혼을 졸업한다'는 이 낯선 단어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이혼도 아니고 별거도 아니라는데, 그럼 무엇이 다른 걸까요. 오늘은 졸혼의 의미와 이혼·별거와의 차이, 그리고 왜 중년 부부들이 이 선택을 고민하는지 차분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찬성하거나 권하려는 글이 아니라, 개념을 정확히 알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글입니다.

1. 졸혼이란 무엇인가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법적인 혼인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서로의 삶에 더 이상 간섭하지 않고 각자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쓴 책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이후 한국에도 퍼지며 100세 시대에 부부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대안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성으로서의 사랑이나 부부의 의무에서는 벗어나되, 오랜 세월 쌓인 가족으로서의 정과 신뢰는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졸혼한 부부는 따로 살거나 한집에서 각자의 생활을 하면서도, 가족 행사에는 함께하고 서로 안부를 챙기며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를 다 독립시키고 은퇴한 뒤, 한 사람은 시골에서 살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은 도시에 남고 싶어 할 때처럼, 서로의 다른 소망을 존중하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 이혼·별거와 어떻게 다른가

가장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셋의 차이를 한눈에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구분 법적 관계 정서적 교류
졸혼 혼인 유지 유지 (주기적 왕래)
별거 혼인 유지 대개 단절 (이혼 전 단계)
이혼 혼인 종료 종료 (남남)

한 상담 전문가는 이 차이를 두고, 별거가 이혼을 향해 가는 화살표의 중간 지점이라면, 졸혼은 이혼을 피하기 위한 '유턴'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별거는 대개 관계가 이미 파탄 나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서 이혼을 고려하며 결정하지만, 졸혼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따로 살면서 각자의 소망을 이뤄보자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죠. 그래서 졸혼은 서로 왕래를 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기적으로 만나고 연락하며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 교류가 없으면 졸혼도 결국 별거와 다를 바 없어집니다.

3. 왜 졸혼을 고민하게 될까

졸혼을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한 조사에서는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가 가장 큰 이유(약 57%)로 꼽혔고,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고 싶어서, 사랑이 식은 채로 결혼을 유지하는 것이 버거워서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은퇴한 남편이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사사건건 간섭하고 세 끼를 다 챙겨야 하는 상황에 지친 아내들이 졸혼을 고민하는 경우가 자주 언급됩니다. "이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죠. 수명이 길어지면서 자녀 독립 후에도 부부가 함께 보낼 시간이 수십 년으로 늘어난 것도 배경입니다. 다만 졸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 무너진다", "서류에 도장만 안 찍었을 뿐 사실상 이혼과 같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또 따로 살 경우 주거비와 생활비가 이중으로 드는 현실적인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4. 졸혼이 의미 있으려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졸혼이 단순히 서로를 방치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왕래 없이 지내면 졸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음도 멀어지고, 결국 이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졸혼을 결정한다면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만난다", "가족 행사에는 함께 참여한다" 같은 나름의 원칙을 세워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졸혼이 성립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부부 간의 충분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각자 경제적으로나 생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며, 졸혼 이후 무엇을 하며 살지 나름의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졸혼, 특히 배우자가 병들거나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형태의 졸혼은 진정한 졸혼이라 보기 어렵고,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결국 졸혼은 관계의 끝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인생 후반을 새롭게 설계하는 하나의 방식일 때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맞는 선택인지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함께 결정할 문제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전문 상담이나 법률 자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졸혼·별거·이혼 등 구체적인 결정이나 법적 문제가 관련된 경우에는 전문 상담기관이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면책사항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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