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같이 산 남편이 내 말을 안 듣는 것 같을 때

 


"30년을 같이 살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내 말을 더 안 듣는 것 같아요."

중년 부부 상담에서 아내들이 자주 꺼내는 말입니다.

함께한 세월이 길수록 서로를 더 잘 알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일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 키우느라 바쁠 땐 안 보이던 문제가, 아이들 다 크고 부부만 남으니 비로소 도드라지는 것이죠. 분명히 말했는데 못 들은 척, 알았다고 해놓고 그대로. 이런 일이 반복되면 말할 마음 자체가 사라집니다. 남편이 정말 안 듣는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중년 아내들이 속으로 자주 던지는 질문에 하나씩 답해보겠습니다.

Q. 정말 안 듣는 걸까, 못 듣는 걸까?

둘은 다릅니다. 안 듣는 것은 관심이 없어 흘리는 것이고, 못 듣는 것은 들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말이 들어온 것입니다. 중년에는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실제 청력의 변화입니다. 50대를 넘어서면 높은 음역대부터 서서히 안 들리기 시작하는데, 본인은 잘 못 느낍니다. 아내의 목소리가 특히 안 들리는 경우도 많아요. "왜 이렇게 크게 말해야 해"가 아니라, 정말로 안 들렸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TV 볼륨을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면, 한 번쯤 청력을 의심해볼 시점입니다.

Q. 왜 알았다고 해놓고 안 할까?

"알았어"가 항상 이해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래 산 부부일수록 이 대답은 대화를 빨리 끝내려는 신호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같은 지적이 수십 년 반복돼 왔다면, 남편에겐 그 말이 내용이 아니라 '또 시작이구나' 하는 잔소리로 들립니다. 그러면 내용을 받아들이기보다 일단 상황을 모면하려 "알았어"로 막는 것이죠. 세월이 쌓인 만큼, 말에 붙은 감정의 무게도 함께 쌓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부탁도 "몇 년째 말하는데 왜 안 해"로 시작하면 방어가 켜지고, "이것 좀 해줄 수 있어?"로 시작하면 훨씬 잘 남습니다.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말에 얹힌 세월의 온도일 때가 많습니다.

Q. 그럼 내가 계속 조심해서 말해야 하나?

아닙니다. 이건 아내 혼자 눈치 보며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수십 년 굳어진 상대를 바꾸는 것보다, 내 방식을 조금 바꾸는 게 빠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말이 잘 닿는 타이밍과 방식을 아는 건 굴복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그 기술로 대화가 한 번 잘 통하기 시작하면, 오래 굳었던 남편도 조금씩 바뀝니다. 변화는 대개 한쪽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물론 여기에도 선은 있습니다. 내가 방식을 바꿔도 상대가 계속 무시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한다면, 그건 말투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입니다. 그때는 "당신이 내 말을 흘려들으면 나는 외로워져"라고, 기술이 아니라 내 진심을 전할 차례입니다. 남은 세월을 함께 편하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대화입니다.

Q. 오늘 당장 뭘 해보면 좋을까?

딱 하나만 바꿔보세요. 중요한 말을 꺼내기 전에 "잠깐 얘기 좀 해도 돼?"라고 먼저 물어보는 겁니다. 상대가 "응"이라고 답하는 순간, 듣는 스위치가 켜집니다. TV를 보는 등 뒤에 대고 던지는 말과, 눈을 맞추고 시작하는 말은 같은 내용이라도 완전히 다르게 도착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차이는 더 커집니다. 사소해 보여도 이 한 가지가 "내 말을 안 듣는다"는 느낌을 꽤 많이 줄여줍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와 생활 속 관계 회복 관점을 정리한 것으로, 전문 상담이나 의학적 조언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청력 저하가 의심되거나 대화 단절이 오래 이어지는 경우에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면책사항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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