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이나 처가 문제로 다투다 보면, 이상하게도 화살이 어른들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향합니다.
정작 갈등의 발단은 양가 어른들과의 일인데, 부부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상처를 주는 것이죠. "당신 부모님이 그랬잖아", "당신은 왜 항상 그쪽 편만 들어" 같은 말이 오가면서, 정작 어른들 문제로 우리 부부 사이가 더 벌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도 이 문제만큼은 매번 되풀이되는 부부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문제는 형태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젊을 때는 명절이나 제사 같은 행사에서 부딪혔다면, 세월이 흐르면 어른들의 건강 문제, 돌봄과 간병, 재산 문제처럼 더 무겁고 예민한 일들로 옮겨갑니다. 그만큼 부부가 한편이 되어야 할 필요도 더 커집니다. 오늘은 시댁이나 처가 문제로 부부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지 않으려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그 원칙을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진짜 문제는 양가가 아니라 '내 편'의 부재
시댁이나 처가와의 갈등에서 배우자가 가장 상처받는 순간은, 정작 어른들의 말이나 행동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그 상황에서 배우자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느낄 때입니다. 예를 들어 명절에 시어머니가 아내에게 서운한 말을 했다고 합시다. 이때 남편이 "엄마가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면, 아내는 어머니의 말보다 남편의 그 태도에 더 깊이 상처받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처가와의 문제에서 아내가 친정 편만 들면 남편은 외톨이가 된 기분을 느낍니다. 결국 시댁·처가 문제의 진짜 핵심은 어른들이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 사이에서 배우자가 나와 한편이 되어주었는가 아닌가입니다. 사람은 자기 편이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가장 외롭고, 그 외로움이 부부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실제로 상담을 해보면, 시댁이나 처가와의 갈등을 겪은 부부들이 몇 년이 지나서도 기억하는 건 어른이 한 말이 아니라 그때 배우자가 보인 태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른의 말은 흐릿해져도, "그때 당신은 내 편이 아니었다"는 기억은 선명하게 남습니다.
왜 배우자 편을 들기가 어려울까
그렇다고 무조건 배우자 편만 들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님이니까요.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부모님을 감싸면 배우자가 서운해하고, 배우자를 감싸면 부모님께 불효하는 것만 같습니다. 어느 쪽을 택해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아무 편도 못 드는 어정쩡한 태도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어정쩡함이 배우자에게는 가장 큰 상처가 됩니다. 특히 오래된 부부일수록 "이 사람은 결국 자기 부모밖에 모른다"는 생각이 굳어지면, 그 서운함은 세월과 함께 쌓여 좀처럼 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그때그때 넘길 게 아니라, 부부가 미리 원칙을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산 부부일수록 이 원칙이 더 중요합니다. 서로에 대한 서운함이 이미 층층이 쌓여 있는 상태라, 시댁·처가 문제 하나가 지난 서운함까지 한꺼번에 소환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그날의 갈등은 그날만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편을 든다'는 것의 진짜 의미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배우자 편을 든다는 것은, 부모님께 맞서서 배우자 말이 옳다고 편을 가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건 또 다른 갈등을 만들 뿐입니다. 진짜 편들기는 어른들 앞에서 대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에게 "당신이 힘들었겠다"고 마음을 먼저 알아주는 것입니다. 즉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상황을 부드럽게 넘기더라도, 둘만 있을 때만큼은 배우자의 감정을 확실하게 인정해주는 것이죠. "아까 어머니 말씀에 서운했지? 내가 옆에서 더 신경 쓸걸" 이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배우자는 어른을 이겨달라는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는 것뿐입니다. 이 차이를 알면 부모님과 배우자 사이에서 굳이 한쪽을 버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다만 여기에도 정도는 있습니다. 배우자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과, 어른들의 명백히 부당한 요구까지 그대로 감수하라는 것은 다릅니다. 만약 한쪽 집안이 반복적으로 선을 넘는다면, 그때는 각자 자기 부모에게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선을 긋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배우자를 보호하는 것도 결국 자기 부모에게 할 말을 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등 돌리지 않기 위한 세 가지 약속
마지막으로 부부가 미리 정해두면 좋은 약속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양가 어른 문제는 각자 자기 부모에게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시댁에 할 말은 남편이, 처가에 할 말은 아내가 전하면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줄어듭니다. 둘째, 어른들 앞에서 배우자를 탓하지 않기로 합니다. 어른들 앞에서 배우자를 나무라면, 배우자는 두 배로 상처받고 그 자리에서 완전히 외톨이가 됩니다. 셋째, 갈등이 있었던 날은 둘이 꼭 따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니다. 그날의 서운함을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묻어두면, 다음 만남 때 더 큰 갈등이 되어 돌아옵니다. 시댁이든 처가든, 문제는 결국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자에게 준 상처는 오래 남습니다. 어른들과의 관계도 소중하지만, 매일 얼굴을 맞대고 남은 평생을 나란히 걸어갈 사람은 결국 배우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등 돌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부부가 같은 편에 서 있다는 확신만 있으면, 양가와의 어지간한 문제는 함께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확신이 없으면, 아무리 사소한 일도 부부 사이를 흔드는 불씨가 됩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와 생활 속 관계 회복 관점을 정리한 것으로, 전문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가족 갈등이 오래 이어지거나 일상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면책사항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