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 씨(가명)는 정년퇴직을 반년 앞두고부터 입버릇처럼 이 말을 했다. "우리 시골 내려가서 텃밭 가꾸며 살자." 그에게 전원주택은 오랜 로망이었다. 삼십 년 넘게 답답한 사무실에서 일하며, 언젠가 마당 있는 집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하며 아침을 맞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다. 아내 정숙 씨는 처음엔 그 말을 그냥 흘려들었다. 남편이 은퇴를 앞두고 하는 흔한 소리라 여겼다. 그런데 퇴직 날짜가 다가올수록 남편의 말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했다. "요즘 살기 팍팍한 도시 떠나서 시골 가서 사는 게 낫지 않겠어?" 남편은 텔레비전에서 귀촌 관련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정숙 씨는 그럴 때마다 그저 웃으며 넘겼다. 설마 진짜로 이사까지 갈 줄은 몰랐다. 급기야 어느 주말, 남편은 근교 전원주택 단지를 함께 보러 가자고 했다.
정숙 씨는 내키지 않았다. 평생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 친구들도, 다니는 병원도, 자주 가는 시장도 다 지금 사는 동네에 있었다. 그런데도 남편의 얼굴이 너무 밝아 보여서, 차마 처음부터 반대하지 못했다. "일단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따라나섰다. 막상 가서 본 전원주택은 정말 근사했다. 앞마당엔 잔디가 깔려 있고, 뒤로는 나지막한 산이 보였다. 남편은 벌써 그 집에 사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신이 나서 둘러봤다. 정숙 씨도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결국 두 사람은 몇 달 뒤, 그 동네에 작은 전원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사실 정숙 씨는 이런 큰 결정을 이렇게 성급하게 내려도 되나 하는 불안이 있었다. 하지만 평생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온 남편이 이렇게까지 원하는 걸 보니, 그 마음을 꺾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걱정보다 남편의 기쁨을 먼저 생각한 것이었다.
처음 몇 주는 정말 꿈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새소리가 들렸고, 마당에 나가 텃밭에 물을 주는 일이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한 계절이 지나자,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하나둘 찾아왔다. 마당의 잡초는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었고, 낙엽 치우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다 갔다. 겨울이 되자 보일러가 말썽을 일으켰고, 수리 기사를 부르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원주택은 골병주택"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고 한다. 현우 씨와 정숙 씨는 그 말을 몸소 겪고서야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숙 씨는 다니던 병원이 멀어져 진료 한 번 받으러 가는 데도 반나절이 걸렸다. 예전 같으면 아파서 한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했을 텐데, 이제는 진료 예약부터 왕복 이동까지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했다. 정숙 씨는 그럴 때마다 이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무엇보다 힘든 건 외로움이었다. 도시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친구를 만날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누구를 만나려 해도 차로 삼십 분은 나가야 했다. 게다가 겨울철 눈이라도 내리면 진입로가 얼어붙어 차를 몰고 나가기조차 겁이 났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걱정거리들이 계속 늘어났다.
남편도 처음의 설렘이 조금씩 가라앉는 걸 느끼고 있었다. 마당 손질이 이렇게 힘든 노동일 줄은 몰랐다. 은퇴하고 편히 쉬려고 내려온 건데, 오히려 몸은 예전 직장 다닐 때보다 더 고돼졌다. 어느 날 저녁, 정숙 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솔직히 좀 힘들어. 병원도 멀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남편은 순간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그렇게 바라던 로망이었는데, 아내의 그 말이 마치 자신을 탓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숙 씨의 표정을 가만히 보니, 그동안 얼마나 참고 있었는지가 느껴졌다. 정숙 씨는 남편이 그동안 얼마나 이 로망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기에, 그 말을 꺼내기까지 스스로도 오래 망설였다고 했다. 괜히 남편의 꿈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될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자신이 꿈만 앞세워 아내의 마음을 제대로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인정했다. 정숙 씨도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남편 좋다는 대로 따라온 자신의 몫도 있었다는 걸 이야기했다. 남편도 사실 마당 일이 힘에 부친다는 걸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먼저 말을 꺼내면 아내에게 실망을 안겨줄까 봐 혼자 참아왔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두 사람 다 서로를 배려한다고 각자 속마음을 숨기고 있었던 셈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완전히 시골을 등지지도, 그렇다고 억지로 버티지도 않는 길을 택했다. 주중에는 도시의 작은 집에 머물고, 주말이나 계절 좋을 때만 전원주택에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정답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두 사람 모두가 조금씩 양보한 결정이었다. 사실 이렇게 절충안을 찾기까지도 몇 번의 대화가 더 필요했다. 처음엔 "그냥 다시 도시로 완전히 돌아가자"는 말과 "그래도 지은 집인데 아깝다"는 말이 오갔다. 여러 번 이야기를 주고받은 끝에야 두 집 살림이라는 지금의 방식에 이르렀다.
전원주택이라는 로망 자체는 여전히 아름답다. 다만 그 로망이 부부 중 한 사람만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걸, 현우 씨와 정숙 씨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서야 배웠다. 은퇴 후 새로운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싶다면, 그 꿈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배우자가 정말 원하는지, 그리고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함께 감당할 수 있는지 충분히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 먼저일 것이다. 로망은 혼자 꾸는 것이지만, 그 로망을 실현하는 삶은 결국 둘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니까.
자주 묻는 질문
Q. 은퇴 후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기 전에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요?
마당 관리 등 예상보다 큰 노동 부담, 병원·시장 등 생활 편의시설과의 거리, 친구·이웃과의 사회적 관계 단절 가능성을 배우자와 함께 충분히 논의해야 합니다.
Q. 전원주택 이사로 부부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쪽의 로망으로 시작된 결정이 다른 한쪽의 현실적인 어려움(외로움, 이동 불편, 육체노동)으로 이어지면서, 서로의 진짜 마음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전원생활과 도시생활 중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하나요?
완전히 이주하거나 포기하는 것 외에도, 평소에는 도시에서 지내고 주말이나 계절 좋은 시기에만 전원주택을 이용하는 절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해 구성한 가상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전문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은퇴 후 거주지 이전은 재정, 건강, 가족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 면책사항 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